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실무를 잘하는 저연차 여성일수록 관리자가 되기보다 계속 현업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 혼자 일하기도 괜찮은 산업이나 업무 포지션, 성격이라면 전문가 트랙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일의 특성이나 생활의 안정 때문에 회사에 계속 남기를 택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은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높이 올라가는지 아세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높이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높이 올라가요. 그런 사람일수록 필요한 일이 아니라 티 나는 일을 주로 하죠.” 일 잘하는 여성들이 곧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높이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도니느 게 먼저다. 효율적으로 노를 젓고 더 힘차게 나아가는 레벨의 재미가 있다면, 먼 곳을 조망하며 어느 바다로 나아갈지 방향을 가리키는 스케일의 쾌감은 또 다르다. (...) 자기 자신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자. 높은 자리까지 한번 가보자고 독려하자. 임원이 목표라고 말하고 그렇게 되어보자. 더 큰 예산을 집행하고 더 큰 결정권을 누리는 감각에 익숙해지자. 유능한 실무자에서 멈추는 대신 나만큼 잘하는 실무자를 여럿 키워내겠다는 꿈을 꾸자. 필요한 일만 하다가 소진되지 말고, 티 나는 일도 욕심내고 성과를 널리 알리자. 무엇보다 능력보다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높이 올라가도록 마냥 두고 보지는 말자. 그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뒤에 올 여성 후배들을 위해서 눈에 보이는 증거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  수영을 하던 어떤 여성도 기억에 남는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바다와 자신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었다. 매일 일상의 조각 모음으로 삶이 된다면, 그런 매일로 이루어지는 삶은 아주 단단하고 멋질 것 같았다. 단독자로서 바다에 나서는 짜릿한 감각, 그리고 그때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릴 때마다 어떤 힘이 생기는 것 같다.

🔖  다만 성년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나와 세상에 관한 빅데이터에서 힘을 얻는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되며, 남들의 눈치를 덜 보면서 원하는 걸 명확하게 추구할 수 있다. 오래 보고 익숙한 내 몸이나 외모에 대해 편안해진다. 예상 밖의 나쁜 일들도 겪어봤기에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와 회복력이 생긴다. 내가 쌓아온 업무의 전문 영역과 네트워크 속에서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감각이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다.

🔖  일을 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도전 속에 내 자신을 던져놓는 동시에 이 모든 감정의 파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이전의 건조한 평온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 점점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추구하게 된다. 유한하고 허무한 삶 속에서 우리가 진짜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건, 어떤 환경 속에 나를 내던져보고 깊숙이 들어가 밀도 높게 몰입감을 느낄 때다. 대표적으로 그런 경험이 사랑, 그리고 일이다. 때로 실패할지라도 그 속에 성숙하고 또 새로워지는 경험이 쌓여서 각자 삶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든다. 일할 때의 나는 일을 하지 않는 나보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정원이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바라는 삶을 상상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며 그 관계의 기억을 자기 삶으로 만들어온 사람이기에 튜더는 91세에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튜더의 정원은 아름답지만 스스로 번 돈으로 토대를 만들어 자신이 설계한 그림을 현실로 만들고 그 속에서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살고 있기에, 그저 주어진 천국이 아니라 쟁취해낸 낙원이다. (...)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에 튜더는 답한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난 이미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어.” 나는 오직 자신을 위해 자기 삶을 완전연소하는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고 싶다.